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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디원 이슈
  • [산업디자인] <LUXURY> 2018-1월호, 산업디자인전공 유지연 주임교수 인터뷰
  • 작성자 : 관리자
  • 2018-01-04
  • 732

 

아뜰리에 준 유지연 대표

뜨개질로 가구를 만드는 디자이너

‘뜨개질’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이 목도리, 모자, 장갑이다.

아뜰리에 준 유지연 대표는 털실과 코바늘로 입체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며

핸드 크래프트 제품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소개하고 있다.

 

 

 

청자를 본뜬 화병, 소반 위아래로 늘어뜨려 데커레이션할 수 있는 카펫, 도시를 형상화한 태피스트리…. 아뜰리에 준 유지연 대표가 한 땀 한 땀 뜨개질해 완성한 작품들이다. 다채로운 색감, 부드러운 감촉의 털실이 차가운 병, 딱딱한 나무 테이블과 만나 ‘일상 물건’에 따뜻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공간 디자인을 전공한 후 대기업 인테리어팀에서 일하던 유 대표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디자인 오브제’를 전공했다.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고 아기자기한 것에 끌리는 취향을 마음껏 펼쳐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졸업 논문 주제였던 ‘맨발 거주자를 위한 디자인’을 졸업 작품으로 구상하다 손뜨개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된다.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한국의 문화를 프랑스인에게 제안하는 내용이라 현관을 눈여겨보게 되었어요. 프랑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현관이 좁아 가구를 두기 복잡하더라고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다 부드러운 소재로 만드는 ‘카펫 가구’를 떠올렸습니다.”

 

신발을 벗을 때 걸터앉을 수툴, 신발 보관대, 열쇠를 둘 보관함을 모두 손뜨개로 만드는 아이디어. 마침 집 건너편에 40년 된 털실 가게가 있어 스킬 자수에 사용하는 네트를 마 단위로 사 도안을 그린 후 컬러 배치를 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코바늘을 잡아본 적조차 없던 그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털실 가게 주인 할머니에게 기법을 배워 하루 3시간씩 자면서 4개월 내내 뜨개질을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카펫 프롬나드Carpet’s Promenade’. 2m 넘는 너비의 대형 카펫이 바닥에서 벽으로 이어지는데 손뜨개로 설치물을 만든 이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좋은 평을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가해 의자, 거울, 테이블의 그림자를 러그로 형상화해 가구와 이어지게 한 ‘카페티드 섀도Carpeted Shadow’ 시리즈를 선보였다. ‘시티 프로젝트’ 시리즈는 도시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다채로운 색감의 털실로 표현한 작품. 행정구역별로 뜨개질해 조각을 이어 붙이는 패치워크 방식으로 작업했다. ‘맨해튼’에는 생동감 넘치는 밝은 파스텔톤을 쓰고, ‘파리’에는 자주색 계열 털실을 주로 사용하면서 샹젤리제 거리, 에펠탑 같은 랜드마크를 금색실로 표현했다. “다양한 색깔을 쓸 때 특히 재미가 있어요. 페인트로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색감이 있거든요. 털실은 같은 톤이라도 텍스처에 따라 다른 색처럼 보이는 것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구역별로 만졌을 때 느낌도 다르도록 했다. ‘맨해튼’은 보송보송한 느낌의 민트 컬러 실로 센트럴파크를 완성했다. “촉각을 자극해 재미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은 뜨개의 큰 매력입니다.”

 

공간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험은 시티 프로젝트 같은 대형 작품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캐드CAD로 실물 크기 도면을 출력한 다음 퍼즐 조각을 맞추듯이 뜨개를 완성해나간다. “입체작업을 하면서 뜨개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느꼈어요. 코를 잡고 올리기만 하면 어떤 것도 이어 붙일 수 있지요. 앞으로는 메탈이나 플라스틱, 우드 같은 하드한 소재를 뜨개 작품에 접목해 작업 세계를 더 확장해나갈 계획입니다. 일본 섬유미술가 도시코 호리우치 매캐덤Toshiko Horiuchi MacAdam이 섬유로 그물을 짜서 만든 텍스타일 놀이터처럼 아이들이 들어가서 체험할 수 있는 설치 작업도 선보이고 싶습니다.”

 

 

<LUXURY Magazine> 2018-1월호, 92~93p. 글 김희성 기자|사진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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